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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리뷰 // 수차관의 살인 -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시리즈 2번째.
    곰탱이의 책이야기/추리소설 2017. 6. 15. 21:32
    책리뷰 // 수차관의 살인 -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시리즈 2번째.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내가 그를 죽였다' 에서 실망감을 얻었기에 읽으면서 만족감을 느꼈던 아야츠지 유키토 작가의 작품을 골라보았다.

    어나더, 안구기담, 십각관의 살인까지 특유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작품을 써내려가는 작가이다. 일본에서는 '신본격'의 기수로 당당히 군림하며, 대표적인 신본격 소설 작가이자, 부흥기를 이끌었던 장본인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수차관의 살인은 데뷔작인 십각관의 살인에 이은 두번째 작품이자, '관' 시리즈의 연작을 알리는 신호탄인 작품이다. 데뷔작이자 오마주 작품인 십각관과 살인보다는 좀 더 완성도가 높고, 진행방식도 매끄러운 편이다.

     

     

     

    <수차관의 살인 줄거리>

     

     

    불세출의 천재화가 후지누마 잇세이의 아들 후지누마 기이치는 13년 전 사고로 인하여 하반신 마비와 불편한 두손, 그리고 얼굴에 심한 흉터자국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사고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사고 후에 은둔하다 시피 외딴 곳에 '수차관'이라는 저택을 지어놓고,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흰장갑을 끼고 휠체어어 의지한채 살아간다. 그의 아버지는 불새출의 천재화가 였는데, 언제나 아버지의 그늘아래 살기보다는 당당하게 세상에 나섰던 그였지만, 사고후에는 자신을 잃어버린채 아버지의 대부분의 작품을 가지고 수차관에서 은둔생활을 한다.

     

     

    그가 사는 저택에는 어린 아내인 후지누마 유리에와 집사인 구라모토 쇼지만이 거주하고 있고, 노자와 도모코라는 통근 가정부가 와서 일을 봐주고 있다.

     

     

    이런 폐쇄적인 수차관이지만, 1년에 한번 9월 28일이면 방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외과의인 미타무라와, 절의 부지주인 후루카와, 대학교수인 모리, 그리고 미술상인 오이시 이들 4명은 아버지인 잇세이와 기이치와 인연이 닿은 사람들로, 1년에 딱 한번 아버지 잇세이의 기일에 수차관에 초대되어 고인의 미술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작년 9월 28일에 불미스런 사건으로 당시 저택이 기거하던 마사키가 사망하고, 작품 중 하나인 '분수'가 사라지고, 범인으로 추정되는 후루카와가 증발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9월 28일 기존의 3명과 더불어서 작년 사건의 흥미를 느낀 시마다 기요시가 새로이 방문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작년의 일어났던 미스터리한 사건과 새롭게 일어나는 사건들이 말이다.

     

     

     

    <수차관의 살인 감상포인트는?>

     

     

    미스터리 추리소설이 갖추어야 할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 외부와 고립된 장소에 지어진 서양식 대저택, 사건이 일어나는 날 따라 몰아치는 비바람과 폭풍우, 거기에 번쩍이는 벼락까지 동반된다면 그만큼 음산한 분위기는 없을 것이다. 왠지 저택 주변에 안개가 끼어있을 것 같고, 지붕에는 가고일 상 같은 음산한 느낌, 그리고 기묘한 일행들이자, 사건이 일어나면 용의자가 되어버리는 자들, 일어날 수 없는 살인사건과 기상천외한 트릭, 그리고 그걸을 풀어나가는 명탐정. 이것이야 말로 우리가 미스터리 추리소설에서 기대하는 요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신본격 소설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아야츠지 유키토인 만큼 다른건 몰라도 위에 언급한 요소를 갖추고 그 특유의 분위기 만큼은 참 잘 살리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타인 앞에서는 항상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주인공 기이치. 그리고 심하게 나이차이가 많이나는 어린 미소녀 아내. 십각관의 살인에서 등장했던 기이한 건축가인 나카무라 세이지가 건축한 수차관까지 그리고 왜 하필 전년도 9월 28일과 올해 9월 28일에는 비바람과 폭풍우가 몰아치는지. 음산하고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수차관의 살인의 첫번째 감상포인트이다.

     

     

    항상 본격 소설을 읽을 때면 내가 탐정이 되어서 작중의 등장인물들이 던저주는 힌트로 추리를 열심히 하곤 한다. 이 소설은 그런 재미를 충분히 잘 내포하고 있는 작품이다.

     

    전년도와 올해, 과거의 9월 28일과 현재의 9월 28일을 오가며, 작년 사건을 설명해주는 방식은 십각관의 살인에서 시도되었던 육지와 섬을 옮겨다니는 진행방식과 비슷하면서도 차이점이 존재한다. 십각관의 살인에서는 육지와 섬, 각각의 장소에서 활동하던 사람이 달랐다면, 이번에는 현재의 시마다 기요시와 독자들에게 과거의 사건을 서술해주는 방식을 사용한다.

     

    처음에는 왜 굳이 이렇게 왔다갔다 하는 진행방식을 택했는가 하는 의문도 생기지만, 과거의 사건을 읽고, 현재에서 시마다의 부연설명을 들으면서 사건을 정리할 수 있기에 나쁘지 않은 진행방식이었다고 생각한다.

    전작인 십각관과 이어지는 세계관은 건축가 나카무라 세이지와 탐정역활인 시마다 기요시 뿐이기에 전작을 읽기 않고 읽어도 무방한 작품임은 분명하다. 다만, 어떤 작품으로 '관' 시리즈에 입문하건 첫 작품인 십각관 부터 다시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수차관의 살인은 본격 미스터리 추리소설이 갖추어야 할 요소를 다 갖추고 있는 만큼 이 장르에 팬이라면 참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물론, 개인적으로 엄청나게 임팩트가 강한 작품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흠잡을게 많은 작품도 아니여서 참 좋았던 것 같다.

    과거의 사건들의 개연성인 가정부 추락사건, 후루카와 증발사건, 마사키 살인사건까지 되짚어 가면서 현재에서 일어나는 미타무라 살인사건과 가정부 노자와 살인사건까지 읽어내려 가는 동안 매끄러운 진행방식으로 높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첫번째 감상포인트가 분위기였다면, 두번째 감상포인트는 분위기를 완성시켜주는 사건들이다.

     

     

    마지막 감상포인트는 불새출의 화가 후지누마 잇세이의 여러 미술작품들과 더불어서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공개되는 환영군상의 정체다. 수차관의 살인을 완성하는 최후의 한조각이자, 특유의 분위기를 완성시켜주는 것이 이 환영군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버지의 그림속에 갇혀사는 불쌍한 남자, 그 속에서 갈구하는 예술에 대한 끝없는 갈망, 그리고 그에 의해서 예술속에 갇혀버린 한 미소녀까지 그것들의 정체를 알게 되기 때문에 마지막 3페이지 가량이 최고의 감상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수차관의 살인 아쉬운점은?>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큰 한방이 없었다는 것이다. 십각관의 살인에서는 한가지 반전을 예측하지 못해서 큰 재미를 느꼈었는데, 수차관에서는 그런 부분이 없어서 임팩트가 좀 떨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범인의 정체에 대한 부분은 추리소설을 많이 읽은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예측이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항상 추리소설에서 범인을 생각할 때에 가장 큰 이득을 가져갈 수 있는 사람, 범행이 가능했던 사람, 행동이나 말 등이 부자연스러운 사람 등 몇가지 조건에 대입해보면 예측이 가능한데, 그 범주를 넘어서지 않았다는 것이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외에는 이야기의 진행방식이나 등장인물 등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마무리하며...>

     

     

    아야츠지 유키토 작가는 위에서 언급한 것 처럼 특유의 분위기를 잘 살리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엄청나게 대단한 작품이라고 까지 말할 수는 없지만, 수차관의 살인은 평작이상은 되는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살육에 이르는 병' 처럼 마지막 줄에서 엄청나게 강한 임팩트가 느껴지지는 않지만, 마지막 줄을 읽고 나면 수차관의 살인의 분위기가 좀 더 무르익고 고조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더운 여름밤에 수차관의 살인을 읽어보는 것도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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