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교수
    곰탱이의 책이야기/국내소설 2017. 6. 1. 23:24

    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교수

     

    군복무 시절은 독서를 참 많이 한 시절이었던 것 같다. 행보관님이 가져다놓은 판타지소설과 무협소설, 부대내에 보급되던 안보와 정훈교육용 책들 사이에서 후임이 휴가나가서 사다놓은 문학의 숲을 거닐다는 내게 책 읽는 즐거움을 다시 안겨준 책이 아닐까 회상해본다. 처음에 제목만 보고 든 선입견은 '뭐 이런 딱딱한 책을 여기다가 가져다 놓았지' 였고, 후에 그 책은 군 복무시절 2번이나 다시 읽을만큼 즐거운 책이었다.

     

     

    군대를 제대한 후에 알라딘에서 처음으로 구매한 책이 '문학의 숲을 거닐다' 였으며, 함께 구입한 책이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와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벌이었지만, 고전문학은 접어두고 열심히 추리소설만 읽고 있다. 평소 독서를 많이 하는 편이기에, 주변 사람들이 책을 추천해달라고 부탁을 종종하기도 하는데, 특정 장르(추리, 미스터리, 스릴러)의 책을 많이 읽기 때문에 그런 부탁을 받을 때 난감하기도 하지만, '문학의 숲을 거닐다'는 그런 난감함을 날려버려줄 좋은 책이다. 추천을 해주면, 많은 사람들이 '나는 문학은 별로' 라는 말을 하곤 하지만 읽고 나면 재미있다는 말을 해올때면 내가 쓴 책도 아닌데, 참 기분이 좋아진다.

     

     

    저자이신 故장영희 교수님은 2009년에 암으로 돌아가셨다. 살아계실때 서강대학교 영문학 교수로써, 많은 작품들을 번역하고, 책도 많이 펴낸 분인데, 어렸을때 부터 소아마비로 인한 하반신마비로 일생을 장애와 편견과 싸워왔음에도 항상 밝음을 긍정적임을 많은 사람들에게 가르치고 전파하신 분이시다.

     

    문학의 숲을 거닐다는 2001년부터 조선일보에 3년여 간 연재하던 북칼럼을 모아서 엮은 책이다. 문학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일상과 연결하여 가볍게 적은 글귀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데,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닐것이다. 글 자체는 가볍게 읽히지만 여운은 길고 오래남는 글을 느낄 수 있었다.

     

     

    책속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작가들과 여러 작품들이 등장하는데, 본인의 일상과 연계하여 작품들과 저자들을 소개함으로써, 문학을 일상속에 잘 녹여내었다.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어린왕자에 대한 이야기를 할때는 병원에서 만난 꼬마와 눈이 지워진 어린왕자 열쇠고리를 연결해서 표현하고, 제자에게 해준 사랑의 힘에 대한 이야기로 엘리자베스 배릿 브라우닝을 소개하고 멋진 시를 알려준다. 이처럼 일상생활과 문학을 연결함으로써, 문득문득 떠오르는 문학이라는 것이 어렵고 복잡하고 먼 것이 아니라 항상 곁에 있었던 것이라는 걸 깨닫게 해준다.

     

    누구나 읽어야 하는 것 같은 압박감에 읽었던 어린왕자와 학교 다닐때 공부하냐고 읽었던 마지막 잎새같은 책부터, 평소 내가 참 좋아하는 셜록홈즈, 제대로 읽은 적이 없는 카르마조프가의 형제들, 참 많이 읽고 알고 있는데 기억이 제대로 안나는 안네의 일기나 레미제라블 같은 책들 부터, 알지도 못하는 수많은 작품들까지 문학의 숲을 거닐다를 읽으면서 그 각각의 작품들이 '참 재미있겠다, 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던 것 같다.

     

     

    신문사에서 교수님께 칼럼을 의뢰하면서 부탁한 것이, '교수님의 글을 보고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싶어서 책방으로 뛰어가게 만들어주세요' 라고 하였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그랬던 것 같다. 실제로 이 책을 읽고 나서 보고 싶어서 사놓은 책도 많으니 말이다.

     

    평생을 장애를 안고 살아가면서 타인의 시선을 받으며, 사회적인 냉대와 차별, 편견을 묵묵히 견뎌내고 좌절감을 느끼며 아픔과 고통을 겪었지만, 문학작품들 속에서 얻은 감동과 깨달음으로 극복하고, 나아가서 그것을 제자들을 비롯하여 수 많은 독자들에게 전달한 장영희 교수님께 참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나는 평소에 추리소설을 읽으면서도 그 책속에 작가의 생각이 담겨있고,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 담겨있으면 그것이 바로 문학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문학의 숲을 거닐다는 단순한 에세이나 칼럼이 아닌 하나의 문학작품이 아닐까 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 우리는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인간미가 사라지는 각박한 사회에서 우리는 매일매일 전쟁을 치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밟고 넘어서지 않으면 도태되는 이 사회에서 마음속에 쌓인 화가 터져서 범죄자가 되기도 하고, 익명의 인터넷에서 아무런 거리낌없이 누군가를 향해서 욕설과 독설을 뱉어내기도 한다.

     

    학창시절부터 순위로 매겨지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사회는 또 다른 순위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직급으로 나누어져있고, 능력으로 평가받는 지독히도 기계적인 이런 사회에 따뜻한 감성을 가진 문학이야말로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나날이 독서하는 양이 줄어들고 있다고 하는데, 책이 어렵고 다가가기 힘들다고 생각해서 독서를 하지 않았다면, 올해 첫 독서를 '문학의 숲을 거닐다'로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문학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책이 주는 즐거움과 감동, 그리고 나 혼자 가지고 있던 고민과 아픔을 책 속에서 느끼고 공감할 수 있다면 마음속에 쌓인 화, 스트레스가 줄어들지 않을까, 이것이 바로 힐링이 아닐까?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려고 하고 있다. 푹푹찌는 더위에 끈적끈적 높아만 가는 불쾌지수이지만, 고개를 좀 더 들어보면 타는듯한 태양빛에 싱그러움을 발산하는 초록의 동산이 있다. 매일매일 바쁜 일상속에 잊고 살아가던 나무들이 푸르름을 마음껏 뽐내는 계절이 여름이기도 하다. 더위속에 짜증이 나다가도, 자연이 주는 싱그러움에 마음이 넉넉해지는 하루가 되면 참 좋겠다.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