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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이야기] '화차' 미야베 미유키의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영화 화차 원작소설)
    곰탱이의 책이야기/추리소설 2017. 4. 14. 23:07

    사회파 미스터리의 거장 속칭 '미미여사' , 미야베미유키의 대표작 중 하나인 '화차'를 읽어보았다. 봄보다는 가을에, 낮보다는 밤에 어울릴 것 같은 소설책 화차는 책을 덮고 난 후에 남는 여운이 참 좋은 소설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화차보다는 원작소설인 책 화차가 훨씬 더 매력적이고 재미이었던 것 같다.

     

     

    소설책 화차는 대표적인 사회파 미스터리 장르 소설이다. 신용카드, 거품경제, 무분별한 과소비,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당시의 경제시스템에 대한 일침을 날리는 다양한 이야기가 혼마 슌스케가 사라진 여인 '세키네 쇼코'의 행적을 추적하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의 이야기 속에 아주 잘 녹아있다.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에 먼저보고 나서 이제서야 책을 읽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영화 내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읽게 되었다.

     

    ※ 화차[火車] - 생전에 악행을 저지른 망자를 지옥으로 실어나르는 불수레.

    ※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거의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의견과 해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라진 여인과 휴직중인 형사.

     

    사고로 휴직중인 형사 혼마 슌스케에게 죽은 아내의 친정 쪽 친척 아들인 구리사카 가즈야가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가즈야가 혼마를 찾아온 이유는 무엇인가 부탁을 하기 위해서였는데, 그 부탁은 자신의 '사라진 약혼자'를 찾아달라는 것이었다. '세키네 쇼코' 라는 여자 가즈야의 약혼자는 결혼 준비를 하던 중 신용카드 발급 신청을 하다가 개인파산 사실이 드러나자 갑자기 연락을 끊고 사라져버렸다. 과연 그녀가 사리진 이유는 무엇이고,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일까?

     

    미야베미유키 작가의 미스터리 추리소설 '화차'는 위의 내용으로 시작한다. 처음 시작은 대수롭지 않은 사건, 결혼에 대해 변심한 약혼녀의 변덕이라고 볼 수도 있을것이고, 젊은 여성이 사라진 실종사건 등 다양한 사건을 떠올리게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사건의 진상은 생각지도 못한 것에서 튀어나온다.

     

    사건을 해결하던 중 총을 무릎에 맞는 사고로 휴직중인 혼마에게는 무료한 시간과 현장에서 멀어진 자신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줄 요량으로 가즈야의 부탁을 들어주었을 테지만, 쇼코를 찾는 일을 하는 중에 그에게는 오랫동안 형사로써, 현장을 누벼온 감각이 되살아나게 된다.

     

    사회파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거장인 미야베미유키 작가의 대표작 답게 흥미진진한 사건의 전개와 몰입감은 압권이었다고 생각한다.

     

    개인파산과 당시 일본의 사회적 문제를 논하다.

     

    화차는 단순히 실종사건, 살인사건을 다루는 소설이 아니다. 사회파 미스터리 추리소설 장르이기 때문에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작가는 소설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이야기 한다. 첫번째 이야기는 '세키네 쇼코'의 개인파산에 대한 조사를 하던 중에 나오는 부분들이다. 146페이부터 171페이지에 이르는 미조구치 변호사와 혼마의 대화는 당시 일본사회의 신용대출, 소비자금융, 신용카드에 대한 성장과 무분별한 사용을 야기한 정부의 행태에 대해서 일침을 가하는 작가의 생각이 고스란히 책속에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세키네 쇼코는 과도한 빚으로 인하여 개인파산이라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술집에서 일을 하고 있는 처지였었다. 라는 부분으로 인한 선입견은 소설 속 혼마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독자들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미조구치 변호사는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로 부터 사회에 문제점에 대해서 혼마와 폭넓은 대화를 한다.

     

    당시의 일본 대기업 신용대출의 고금리 25%~35%에 대한 부분을 단속해야 한다는 부분과 너무도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구조적 문제, 그리고 이자에 대한 체감이 빚이 불어나고 나서야 알게된다는 것, 수입보다 지출이 커질 수 밖에 없는 무분별한 카드한도와 대출한도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빌려주고, 빌려주고, 또 빌려주는 겁니다. 마지막에 뒤집어쓰는 게 자기네 회사만 아니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니 그럴 수 있는 겁니다."

    p158 미조구치 대사 中..

     

    현재 우리나라의 법정최고금리는 27.9%이다.  27.9%로 인하된 것이 2016년 3월이었고, 그 전에는 34.9% 2012년도에는 39%였다. 일본에서 화차가 출간된 시기는 1992년도였다. 책을 읽으면서 더욱 몰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화차가 쓰였던 당시의 일본의 사회적인 문제가 우리나라에서는 현재도 이어져오기 때문이다. 소설 속 세키네 쇼코가 우리 주변에도 찾아보면 한둘은 있었기 때문에 감정이입이 잘 되었던 것 같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누구나 신용카드를 만들 수 있고, 수입이 중요한 것이 아닌, 무분별한 가입자 유치와 터무니없이 문턱이 낮았던 대출심사로 인하여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기도 했었다. 지금은 나름 체계적인 신용평가 기준이 생기고 신용카드 발급과 1금융권 대출은 문턱이 너무나 높아진 것이 문제일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92년도에 나온 일본소설이 크게 와닿는 것은 고스란히 우리가 겪고있는 문제를 주제로 삼았기 때문일 것이다.

     

    "당신은 다른사람 얘기를 했어요"

     

    사회파 미스터리라서 사회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미스터리 추리소설 답게 다양한 부분에서 미스터리 추리적인 요소를 대입했다. 첫번째가 소설의 시작은 '사라진 약혼자' 라면, 두번째는 사라진 세키네 쇼코가 진짜 세키네 쇼코가 아니라는 부분이었다. 혼마도 책을 읽는 독자도 패닉에 빠져버릴 만한 요소가 등장함으로써 소설 속 분위기는 고조되고, 몰입감이 한층 더 올라갔었던 것 같다. 혼마는 사라진 약혼자의 진짜 정체에 대한 추적과 진짜 세키네 쇼코에 대한 추적을 시작하게 되면서 미스터리 추리적인 요소가 사회적인 주제가 적절하게 잘 어우러졌던 것 같다.

     

     

    각기다른 출발점, 그리고 교차점 , 마침내 종착점.

     

    진짜 세키네 쇼코와 가짜 세키네 쇼코였던 여자는 각기다른 출발점을 가지고 있었다. 고향도 다르고 살아온 환경도 달랐지만, 그녀 둘의 교차점은 '빚'이라는 부분이었다. 한쪽은 환상의 거울속에 플라스틱 집을 짓고 자신의 모습을 꾸미고 변하고 행복해지고 싶었다면, 다른 한쪽은 타의에 의해서 모든것이 송두리째 무너진 삶을 살다가 평범한 삶을 꿈꾸었다는 것이었다. 서서히 둘의 행적을 추격해가는 혼마로 인하여 밝혀지는 둘의 교차점과 접점. 그리고 밝혀지는 사건과 그녀의 목적을 보여주며, 소설은 독자를 종착점으로 안내한다.

     

    소설 화차는 결말을 오픈결말 형식으로 다소 허무한 마무리를 짓지만, 그 부분이 오히려 좋았던 것 같다. 혼마로 하여금 가짜 세키네 쇼코의 범죄에 대해서 의문과 정황증거를 잔뜩 나열해 놓지만, 정식 수사과정이나 일반적인 선과 악의 잣대로 범죄를 평가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에게 그러한 일이 일어나게 된 경위를 설명함으로써, 선택의 몫을 남겨놓았다.

     

    주체가 가즈야로 부터 혼마로 넘어오고, 혼마의 시점을 사회를 바라보는 것은 좀 더 객관적으로 가짜와 진짜 세키네 쇼코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스터리 추리소설이지만, 사회파 소설이기때문에 미야베 미유키 작가는 사회적인 주제에 대해서 심도있게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어쩌다 이렇게 많은 빚을 지게 됐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요. 난 그저 행복해지고 싶었을 뿐인데.'

    p 216

    "뱀들에게 다리가 있는 것처럼 비춰주는 거울을 파는 뱀도 있다는 말씀. 그리고 뱀들은 빚을 내서라도 그 거울을 사고 싶어하는 거에요."

     p347

     

    [관련글] 미야베미유키 작가의 가상가족놀이 리뷰(http://lazygomtang.tistory.com/241)

     

    [관련글] 본격추리소설, 사회파추리소설 구별법(http://lazygomtang.tistory.com/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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