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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짐승의 성(혼다 테쓰야) - 실화를 바탕으로 한 추악한 인간의 모습.
    곰탱이의 책이야기/추리소설 2017. 3. 3. 10:12

    여자친구의 추천으로 읽게 된 짐승의 성이라는 소설책이 있다. 추악한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인데, 혼다 테쓰야라는 일본 작가가 키타큐슈 일가족 감금살인사건이라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이 책은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얼마나 추악해 질 수 있는지에 대한 잔인한 이야기 이다.

     

     

    ※ 본 포스팅에는 짐승의 성에 대한 스포일러와 개인적인 해석과 결말이 포함되어있습니다.

     

     

    ▶ 연관없이 반복되는 2가지 시점, 연결점은?

     

    짐승의 성은 신고와 세이코라는 커플의 동거이야기로 시작한다. 달달한 로맨스 소설같은 느낌의 도입부는 이 책이 대체 무슨 책이야? 잔인하다던데 맞나? 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신고와 세이코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신고가 자동차 정비공장에서 일하고 있고, 세이코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쭉 나열하다가, 갑자기 분위기가 급반전하는데, 바로 신고와 세이코의 아버지의 만남이다.

     

    신고와 세이코의 이야기를 담은 단락이 끝나면, 기와다와 시마모토, 경찰의 수사과정을 담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7월8일 화요일에 한 소녀가 경찰서로 신변보호를 요청한 사건이 시작되는데, 이 사건이 너무나 기묘했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소설은 신고의 이야기와 경찰들의 수사이야기 2가지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는데, 시간차가 존재하고 초반에는 신고는 대체 왜 나오는 거야 라는 의문이 생기지만, 중반을 넘어서면 신고의 이야기와 수사이야기가 반복적으로 펼쳐지는 것으로 책속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된다.

     

     

    ▶ 신변보호를 요청해 온 한 소녀, 아동학대사건으로 시작되는 사건의 줄거리.

     

    짐승의 성의 줄거리는 한 소녀가 경찰서로 신변보호 요청을 하는 한통의 전화로 부터 시작된다. 소녀의 이름은 고다 마야. 그녀는 선코트마치다 라는 멘션 403호에 감금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경찰의 그녀의 행색으로 미루어 보아, 아동학대사건으로 짐작, 현장으로 출동한다. 현장에서 한 여자를 용의자로 체포하게 된다. 멘션은 고다 야스유키 라는 남자의 이름으로 계약이 되어있었는데, 현장에서 남자는 발견하지 못하였다. 성의 미루어보아 고다 마야의 아버지로 판단한 경찰은 야스유키의 신변확보를 우선으로 움직인데, 마야의 진술로 인해 사건의 성향이 변하게 되는데  바로, 야스유키 그녀의 아버지가 살해당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로써, 경찰은 살인사건으로 판단하여 용의자 아쓰코와 마야가 함께 있었다고 하는 용의자 요시오 라는 남자에 대한 수사가 진행된다. 그러던 중, 선코트마치다 멘션 403호 욕실에 나온 5개의 DNA 그 중 4개는 혈연관계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오면서 사건은 점점 기묘하게 변하게 된다.

     

    짐승의 성은 기본적으로 추리소설 성격을 띄고 있다. 2가지 시점을 통해서 연관성을 찾아야 하며, 2가지 시점이 맞물리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 또한, 형사가 취조하는 과정, 수사하는 과정을 독자가 읽으면서 그대로 따라가게 되는데 , 이 부분이 또 하나의 재미로 다가온다. 마야는 제대로 된 진술을 하지 않기 때문에 초반 이후에는 마야의 진술은 등장하지 않고, 대부분이 아쓰코의 진술에 의지하게 되는데, 마치 내가 형사가 되어서 수사를 하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다만, 진술의 내용이 다소 충격적이기 때문에 이 소설을 잔인하다고 느끼게 된다.

     

     

    ▶ 요시오라는 짐승이 만든 짐승의 성.

     

    사건의 시작은 아쓰코가 만나게 되는 요시오라는 남자를 통해서 시작하게 되는데, 요시오는 악질적인 새디즘을 가지고 있는 남자다. 의도적으로 아쓰코에게 접근하여 그녀를 노예처럼 부리기 시작한다. 또한, 아쓰코를 이용하여 고다 야스유키를 유혹하게 하고, 약점을 잡아 그로 하여금 돈을 바치게 하고, 결국 딸인 마야까지 끌어들이게 만들어서 노예로 만든다. 이런 부분들을 통해서 요시오라는 남자는 굉장히 짐승같은 모습을 보이게 되는데, 충격적인 것은 그 셋을 지배하기 위해서, 세뇌를 시키고, 체벌을 하는데 체벌의 방식이 너무나 악랄했다. 그리고 체벌을 피하기 위해서 아쓰코와 마야가 하는 행동부터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보통 하루에 한번씩 체벌이 있는데, 마야는 자신의 아버지인 야스유키나 아쓰코가 체벌을 받게 해서 자기는 체벌을 받지 않기 위해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서 요시오에게 고자질을 하거나, 조그만 것도 부풀리는 등, 이기주의 적인 모습을 보이게 된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야스유키가 죽고 나서, 그 사체를 처리하는데에 마야와 아쓰코에게 맡기게 되는데, 요시오는 절대 자신의 손으로 하지 않고, 직접 나서서 하게 만들고 뒤에서 코치하는 방법을 쓴다.

     

    이 사건이 기묘한 이유는, 피해자인 아쓰코와 마야가 피해자임과 동시에 가해자라는 것이다. 그녀들은 요시오에게 학대를 당하고 있었지만, 서로 체벌이라는 학대에 있어서, 요시오의 명령에 따라 본인들이 직접 가담하고, 나아가 야스유키의 사체를 처리하는 것도 그녀들이 전적으로 담당했기 때문에 법적인 책임을 피할길이 없었던 것 이다. 주범인 요시오는 이런 부분을 노리고, 그녀들을 학대하면서 동시에 체벌에 동조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 각각의 캐릭터가 만들로 보는, 인간의 본성.

     

    혼다 테쓰야 작가는 소설을 쓰면서 각각의 캐릭터를 통해서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요시오라는 캐릭터는 인간이 얼마나 잔인하고 악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보여주는 캐릭터이다. 그는, 처음에는 사람좋은 미소로,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대화방식으로 피해대상에게 접근하는데, 듣기좋은 말로 상대의 경계심을 허물고, 빠져나갈 수 없는 올가미를 만든 후에 본색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범행을 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폭력으로 상대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고, 약점을 잡아서 세뇌 시키는 등의 악랄한 방법을 사용해서 절대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아쓰코의 진술로 미루어보아 처음 야스유키가 죽었을때는 요시오도 매우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자신에게 다가올 피해에 대해서 두려워 하였지만, 그는 그 위기를 아쓰코와 마야에게 책임을 떠 넘기는 것으로 모면하여, 자기합리화를 한다. 미필적 고의의 의한 살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직접적인 가담을 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책임회피를 하는 것으로 , 이 후 일어나는 범죄에 대해서도 그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자신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게 된다. 이 모습으로 처음에는 새디즘을 가진 범죄자 였지만, 나중에는 사람이 죽어나가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짐승같은 모습으로 진화하게 되는 것이다.

     

     

     

    마야라는 캐릭터는 소설을 읽는 동안, 읽고 난 후에도 참 많이 고민을 한 캐릭터이다. 기와다는 마지막 부분에 마야가 요시오화(化) 되었다는 가설을 이야기하는데, 이 부분이 마야라는 캐릭터를 이해하는데 가장 적절한 대답일 것 같다. 마야는 처음 요시오를 만났을 때 부터, 어떻게 하면 자신에게 안전한 지에 대해서 알아버린 캐릭터이다. 어리고, 약한 개체일 수록 살아남기 위해서 남을 이용하는 것에 능하다고 한다. 마야는 이 것에 가장 최적화 된 인간이 아니었을까? 자신의 아빠를 요시오에게 학대 당하게 함으로써, 자신은 위험에서 벗어나고 나아가서 , 요시오에게는 신뢰를 받는 것 , 그것이 시작이었을 것이다. 마야가 인간이 아닌 짐승이 되어가는 것은, 그리고, 경찰에 신변보호요청을 하고 난 후에는 아쓰코가 용의자로 잡히게 유도하고, 아동학대사건이 살인사건으로 변하게 만든 결정적인 진술을 한 것도 마야였지만, 이 후 별 다른 진술을 거부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 자신은 피해자일 뿐이다 라는 태도로 일관하는 그 모습이 지독히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어쩌면 소설상에서 가장 무서운 캐릭터는 마야였을 지도 모른다.

     

    아쓰코라는 캐릭터는 지독하게도 무능한 캐릭터이다. 처음 사건의 시발점이었으며, 야스유키, 마야,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 엄마, 언니, 조카까지 자신의 일가족과 마야의 아버지를 죽게 만든 원흉이다. 따지고 보면 가장 큰 분노를 받아야 되는 대상 중 하나는 아쓰코 일 것이다. 아쓰코는 체포된 후에 기와다의 취조과정을 통해서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데 많은 협조를 한다. 그렇다고 그녀의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진술이 거듭될 수록 마지막에는 체념하고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마야에 대한 죄책감으로 그녀는 모든 죄를 짊어지려 한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자신은 어쩔 수 없었다 , 라는 어필을 하며, 진술을 번복하고 모습을 보이는데, 그녀 또한,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 짐승의 성이란 무엇일까? 나는 짐승들의 성이라고 부르고 싶다.

     

    짐승의 성은 요시오의 성이라는 뜻일까? 나는 짐승의 성이 아닌, 짐승들의 성이라고 부르고 싶다. 짐승의 성을 만든 사람은 요시오였지만, 결과적으로 그 곳에 살았던 모두는 인간이 아닌 짐승이었다. 마야도 아쓰코도 아쓰코의 엄마도 언니도, 그들도 다 짐승이었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 혈육에게 조차, 칼을 겨누고 그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 자신들의 손으로 혈육의 사체를 토막내는 그 잔인한 모습을 어떻게 인간이라고 볼 수 있을까? 짐승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성이 아닌, 본능으로 움직이는 사람.

     

    마지막으로, 소설의 메세지가 담겨있는 캐릭터가 있다. 바로 사부로와 세이코 부녀이다. 사부로는 신고에게 살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범죄의 동기도 없고, 반사회적 인격을 가진 사이코패스 범죄자들, 그들은 '인간 사회' 라는 걸 아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녀석들은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다. 그들과 접촉해서는 안된다. 그들은 인간 사회에 피해만 준다. 짐승은 죽여버려야 한다." 라는 것이다. 347p ~ 356p 에 있는 사부로가 신고에게 하는 이야기가 소설속에 작가가 담은 메세지이자, 작가가 생각하는 실제 기타큐슈 일가족감금살인 사건, 나아가서 사이코패스 범죄자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과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을 이야기 하기 위해서 혼다 테스야 작가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생각한다. 실제 사건에서는 범인이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에 복역중이라고 한다. 7명이라는 사람을 죽이고, 죽이는 과정에서 본인은 뒤로 물러난채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을 짐승으로 만든 이 범인은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분노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이다.

     

     

    ▶ 오픈결말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

     

    요시오를 죽인 사람은 누구일까? 사부로의 주장처럼 사부로 일까? , 아쓰코의 주장처럼 아쓰코일까? , 아니면 기와다의 추리처럼 마야일까? 이 부분은 많이 생각했는데, 어려웠던 것 같다. 사부로가 죽였다고 하면, 사체를 토막낸 것도 사부로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다면 작가는 사부로로 하여금 위에 나열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투영했는데, 결국 , 짐승을 죽이기 위해서 짐승이 된다는 결론을 내 놓는 다는 것일까? 아쓰코는 아마도 아닐까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마야일까? 마야라고 한다면, 마야는 요시오를 죽이고, 사부로의 도움을 받아 사체를 처리한다. 이 말은 즉, 사부로를 공범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요시오가 쓰던 방법과 유사한 방법이다. 그리고, 몽타주 작성 과정에서 사부로를 요시오라고 설명한다. 그도 공범이기 때문에, 붙잡혔을때, 혐의 부인을 못한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방법이다. 자신은 어린 여자아이 이기때문에 전과자인 사부로의 말을 들어 주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있을 것이다. 이러한 부분 때문에 마야의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 할때, 소설에서 가장 무서운 캐릭터라고 생각한 것이다.

     

    세이코가 주는 의미는, 희망과 후회이다. 세이코의 몸에는 어린시절 받은 학대의 흔적이 희미하지만 남아있다. 이것은 상처는 희미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녀가 어린시절에 받은 상처는 컸지만, 결국 그것을 극복하고 밝아진 그녀의 모습에서 희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부로를 따라 나서며, 그녀의 인생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 신고와 함께 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는 후회가 동시에 나타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마모토의 시점에서 펼쳐지는 에필로그에서 울고 있었던 세이코의 눈물을 그렇게 해석해보았다.

     

    ▶ 글을 마치며.

     

    혼다 테쓰야 작가의 짐승의 성은 참으로 잔인한 묘사가 많이 나오기에, 어린 분들이나, 잔인한 고어물에 반감이 있는 사람에게는 권하고 싶지않다. 그렇지만, 소설을 읽고 나서 가장 무서운것은 그들의 저지른 범죄행위, 사체처리방식, 가학적인 고문방식이 아니라, 요시오라는 짐승으로 하여금, 평범한 사람도 짐승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라도 짐승이 될 수 있고, 짐승의 성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무서운 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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