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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핵성 뇌수막염 치료와 퇴원 - 실제 경험담 3편 (성인 뇌수막염)
    곰탱이의 끄적끄적 2020. 4. 16. 19:18


    내가 앓고 있는 결핵성 뇌수막염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보려 한다.

    뇌수막염 치료와 퇴원 등에 대한 이야기다.


    *결핵성 뇌수막염 1편과 2편은 아래 링크*


    1편 - 증상


    2편 - 입원과 뇌수막염 검사




    - 결핵성 뇌수막염이란 -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기본적인 정보는 나오는데다가 내가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내가 아는 한 간단하게만 적어보려한다.

    결핵성 뇌수막염결핵균이 체내에서 혈류를 타고 이동하다가 뇌막이나 뇌조직으로 침투하면서 뇌기능부전,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의사 선생님에게서 '결핵성 뇌수막염이 의심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참고하려고 인터넷 여기저기를 둘러봤는데, 이게 생각보다 꽤나 위험한 질환이었다.

    심각한 경우에는 종종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시야 장애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고 한다.

    게다가 아이나 노인의 경우에는 사망률도 높은 편.



    나를 담당하셨던 의사 선생님도 최근에 결핵성 뇌수막염에 걸린 환자를 치료했는데, 그 분은 혼수상태에 있다가 겨우 의식을 회복하셨다고.

    그 이야기를 들으니 이 병이 생각보다 무서운 질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무서웠다.

    혹시나 후유증이 생기지나 않을까 싶어 걱정되기도 하고, 나는 그래도 심각하지 않은 상태에서 치료를 시작해서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 3차 뇌척수액 검사, 그리고 이상한 결과? -


    결핵성 뇌수막염 치료를 위해 결핵약을 먹기 시작한 뒤로 증상이 점점 호전 되면서 시간이 조금씩 흘렀다. 

    춥기만 했던 날씨는 이제 춥다가 따듯했다가를 반복했고 병동 앞의 나무에서는 꽃이 피기 시작했다. 

    나는 두통이 사라지면서 입맛을 되찾아 한참 식사 양을 늘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께서 이 시점에서 뇌척수액 검사를 한 번 더 하자고 하셨다.

    다시 또 강한 진통제를 써서 아프지 않게 할 거라는 말에 흔쾌히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세 번째 뇌척수액 검사를 받게 되었다.

    놀라운 게, 같은 진통제를 맞고 한 것 같은데 두 번째 뇌척수액 검사에서만큼의 효과가 없었는지 두 번째 했을 때보다 더 아팠다.
    그래도 꾹 참고 뇌척수액을 받아내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갑자기 하시는 말씀.

    "머리... 요즘도 아팠겠는데?"

    뜬금없이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난 분명 나아졌는데.

    "음... 아침에 일어났을 때 두통이 좀 있는 경우도 있는데 금방 괜찮아져요."


    진짜였다. 두통이 완전히 가신 건 아니었지만 원래 있던 두통에 비하면 많이 호전되었고, 두통은 아침에 일시적으로 잠시 있다 사라지곤 했다.

    검사 후에 선생님을 다시 뵀을 때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뒤늦게 알게 되었는데, 세 번째로 한 뇌척수액 검사에 의하면 뇌압이 전혀 낮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뇌압은 그대로 높고 두통만 나아졌다는 게 이상했다.
    그리고 분명 치료를 시작할 때, 뇌압은 곧 떨어지기 시작할 거라고 얘기를 하셨었는데 나는 뇌압은 그대로고 염증 수치만 낮아지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께서도 왜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다고... 또, 비록 뇌압이 높은 상태이지만 증상이 많이 호전되었기 때문에 퇴원해서 약을 계속 복용하는 게 낫겠다고 하셨다.

    뇌압이 그대로인데도 퇴원해도 되는건가 싶고, 머리 속은 여전히 물음표가 둥둥 떠다니지만 일단은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께서 퇴원을 한 후에 만약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다던가, 그 때처럼 심한 두통이 생긴다던가 하면 반드시 다시 병원으로 와야한다고 덧붙히셨다. 



    - 힘든 병원생활을 끝내고 퇴원 -


    병원생활이 정말이지 너무 힘들었다.

    일단 내가 지냈던 병실에는 나이 드신 분들이 계셨는데 밤에 계속 혼잣말을 하거나 갑작스레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밤에 잠 들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건 뭐 그래도 버틸만 했고 아프셔서 그런거니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더 힘들었던 건 병실에서 일하는 간병인들이었다.

    간병인들이 어찌나 시끄러운지, 밤까지 드라마보면서 여러 명이서 모여서 수다떨고 할머니께서 혼잣말을 하시거나 통증에 소리를 내면 막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왜 자꾸 그래! 조용히 하라고 할머니! 밤인데 왜 안자요!! 등등... 밥을 제대로 못 드시거나 음식물을 흘리면 왜 그러냐고 쏘아붙히듯 소리지르고.

    (그 쪽이 소리지르는 게 더 시끄러워요...)

    무슨 중국 드라마 같은 걸 폰으로 켜놓고 보는데, 이어폰 없이 엄청 크게 볼륨 올려놓고 그냥 보고...ㄷㄷ


    그리고 바로 옆자리에서는 또 어찌나 시끄러운지... 커튼을 쳐놔서 무슨 상황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보호자가 계속 늦은 밤에도 비닐봉지를 부스럭부스럭, 서랍을 열었다가 닫았다가... 계속 냉장고에서 뭐 꺼내 먹고...


    뭐 좀 시끄러울수도 있지 뭐 그런걸 가지고...? 싶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내가 이 때 정말 힘들었던 이유가, 입원한지 좀 지나서부터 귀에서 이상 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명 증상이 심했고, 갑작스럽게 큰 소리가 들리면 귀가 울리고 불쾌감을 느끼는 증상이었다.

    예를 들어 갑자기 비닐봉지를 크게 부스럭거리면 귀에서 그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니라 마치 귀에 소리가 팍 꽂히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귀와 머리가 울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병실에서 누군가의 핸드폰 벨소리가 울리면 급하게 귀를 손으로 막곤 했다.

    암튼 참 여러모로 힘든 병실 생활이었다.

    하루하루 시간은 또 어찌나 더디게 가는지.


    하지만 몇몇 친절한 간호사 분들과 나를 위해 최대한 쉽게 설명해주시고 잘 치료해준 의사 선생님 덕분에 기분 좋은 순간들도 있었고,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물론 좀 불친절하고 딱딱한 간호사 분들도 계셨지만.


    어쨌든 나는 그렇게 다사다난했던 병실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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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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