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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핵성 뇌수막염 : 뇌척수액 검사 그리고... - 실제 경험담 2편 (성인 뇌수막염)
    곰탱이의 끄적끄적 2020. 4. 11. 20:42


    오늘은 결핵성 뇌수막염에 대한 두 번째 이야기를 이어가보려 한다.


    * 제 1편, 증상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 여기 클릭


    6인실에 입원하고 나서, 일단 링겔을 맞았다.

    증상으로 뇌수막염을 의심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맞는 수액과(비타민제를 섞은...) 항바이러스제, 뇌압을 낮추도록 하는 약제. 이렇게 세 가지를 맞아가며 뇌수막염 검사를 이것저것 하게 되었다.

    그나저나 뇌압을 낮추는 주사가(이름이 만니톨이었던가...) 좀 세다고 했었는데, 그래서인지 하루만 넘겨도 링겔을 맞던 부분이 슬슬 아파오기 시작했다.

    하루에 두 번정도씩 진통제를 함께 주사해주었는데 이게 들어올 때마다 빡빡하니 어찌나 불쾌하던지.

    간호사 선생님께 여쭤보니 약이 세서 그렇다고.

    암튼 그래서 잘 보이지도 않는 혈관을 하루~이틀에 한 번 꼴로 찔러가며 버텼다.


    그리고 다른 질환이 있는지 보기 위해 피 검사, 소변 검사, CT 촬영, MRI 등 검사했다.

    딱히 이상이 보이는 건 없다고 했다.

    (휴... 안심)



     

    - 결핵성 뇌수막염 검사 (뇌척수액 검사) -


    10년 전 쯤에 뇌수막염 앓았을 때 겪었던 그 공포의 시간이 다가왔다. 바로 뇌척수액 검사.

    뇌척수액 검사는 뇌수막염을 판정하기 위해 하는 검사다.
    간단하게 과정을 설명하자면 허리 부분을 둥글게 말아 옆으로 누운 상태에서 의사가 척추 쪽을 국소 마취한 후 뇌척수액을 채취하는 과정이다. 

    10년 전에 했었을 때의 그 통증이 떠올라 이번에도 역시 너무 무서웠다.

    그 때는 진짜 내가 너무 아파하고 계속 움직여서 간호사 세 명이서 나를 붙잡은 상태로 검사했었다.


    당시 간호사 중 한 명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아니, 이건 어린 애기들도 하는 건데 왜 그렇게 아파해요?"


    글쎄요? 내가 일부러 아파하는 것도 아닌데 어찌 아나요?



    - 뇌척수액 검사 통증 -


    아무튼 이번에도 어쩔 수 없이 하게 되었는데 눈물 질질 짜면서 힘들게 검사를 마쳤다.

    마취 주사를 하는 순간부터 통증이 시작되는데, 단순히 주사를 맞는다는 느낌 그 이상으로 아팠다.

    냉동실에 넣어둔 젓가락으로 허리를 뚫고 안 쪽을 긁는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나는 소리만 계속 지를 뿐, 몸을 움직이진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몸이 움직여 다시 해야한다고 하며 또 허리를 찔렀다.

    그래서 검사 과정이 더욱 더 힘들고 아팠다.

    다행스럽게도 뇌척수액을 받아낼 땐 아프지 않다.

    그런데도 계속 쏟아져나오는 눈물. 의사 선생님이 의아하다는 듯, "이건 안아플텐데... 아프세요?"

    강렬한 뇌척수액 검사의 통증과 아파서 입원했다는 서러움이 뒤섞여 눈물이 계속 흘렀다.



    생각해보면 스스로도 이상할 정도로 내가 뇌척수액 검사만큼은 엄청 아파하는 것 같은데, 나도 이유를 잘 모르겠다.

    미치도록 아프고 또 아프다.

    내가 검사했던 곳은 간호사들이 있는 곳 바로 옆에 있는 치료실이었는데, 거기서 비명을 엄청 질렀다.

    문도 열어놓고 해서 간호사들이 너무 놀라지 않았을까싶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창피하고 죄송...)


    뇌척수액 검사가 끝나면 4~8시간 정도는 똑바로 누워있어야 한다.

    똑바로 누워서 눈물을 훔치고 있는데 한 간호사분이 오셔서 걱정되는지 내게 말을 건냈다.

    "많이 아프셨죠? 직접 보진 못하셨겠지만 저 바늘이 꽤 굵거든요. 전 해본 적은 없지만 보기만해도 너무 아플 것 같아요, 고생많으셨어요."


    이번에 입원해있었을 때 친절했던 몇몇 간호사분들 중 한 분이다.
    많이 아팠냐고 물어봐주어서 소소한 위로가 되었다.



    - 뇌척수액 검사 결과, 안좋은 소식 -


    뇌척수액 검사 결과, 일단 뇌압 상승이 심각했는데, 측청치가 넘어가는 수준이라나 뭐라나.

    의사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 이 정도 뇌압이었으면 머리가 진짜 미칠듯이 아팠을 거라고.

    그리고 염증 수치 역시 높게 나왔다고 했다.


    뇌수막염은 뇌수막염인데... 문제는 무슨 뇌수막염이며 어떻게 치료해야하는지였다.

    의심되는 몇몇 검사를 돌린다고 했었고, 시간이 좀 흘러서 여쭤봤었는데 검사 결과로 나온 게 없다고 했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께서 무서운 말을 꺼냈다. 뇌척수액 검사를 또 해야할 것 같다고.

    내가 망설이면서 꼭 해야하는 거냐고 묻자, 의사 선생님께서 이번에는 좀 강한 진통제를 주사로 따로 맞은 후 검사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2차 뇌척수액 검사를 시행했다.

    진통제를 미리 맞고 했는데 놀랍게도 이번에는 참을만했다.

    첫 번째 뇌척수액 검사와 비교해보면 거의 통증이 없는거나 마찬가지였다.

    나중에 들어보니 무슨 마약성 진통제라고 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아무래도 검사 할 때 자꾸 이리저리 움직이니 어쩔 수 없이 약을 쓴 게 아닐까 싶다.



    - 여전히 나오지 않는 검사 결과, 그리고 중심 정맥관 -


    두 번째로 뽑은 척수액으로도 검사를 이것저것 돌렸는데, 별 게 안나왔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진통제 하나만으로 두통과 싸우며 시간을 보냈다.

    하루는 강한 진통제로도 효과가 없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 때는 정말 죽는 줄 알았다.


    어쨌든 생각보다 입원 기간이 길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께서 퇴원을 언제쯤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니 중심 정맥관을 하는 게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계속 찔렀다가 뽑았다가 하는 것보다는 중심 정맥관을 써서 좀 더 주사를 편하게 맞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신 모양이었다.



    - 혹시 결핵성 뇌수막염...? -


    여러가지 검사를 돌렸지만 딱히 나온 게 없자 의사 선생님께서는 결핵성 뇌수막염이 가장 의심스럽다고 했다.

    나는 뇌수막염을 앓았던 사람인데도 결핵성 뇌수막염이라는 게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먹게 된 결핵약.

    의사 선생님께 검사 결과로 결핵균이 나온거냐고 물어보자, 결핵성 뇌수막염은 확진하기까지 오래 걸리는데다가 검사 결과가 잘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아서 치료를 먼저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결핵성 뇌수막염의 치료는 결핵약 복용이다.

    진짜 결핵성 뇌수막염인가...? 긴가민가 싶으면서도 일단 약을 먹기 시작했다.

    두 번 정도 약을 먹자 두통이 호전되기 시작했다.

    항바이러스제도 계속해서 맞았고, 검사에서 결핵이라고 확실하게 나온 건 아니기 때문에 결핵성 뇌수막염이 맞다고 100% 확신할 순 없었지만 아무래도 결핵성 뇌수막염이 맞을 확률이 높긴 했다.


    그렇게 두통이 조금씩 완화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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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이 길어져 치료 및 퇴원 등의 이야기는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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