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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리뷰]히가시노 게이고의 '변신'
    곰탱이의 책이야기/추리소설 2018. 3. 8. 23:22

    오랜만에 추리소설을 읽은 것 같습니다. 원래 스티븐 킹 작가의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탈출 이라는 책을 읽고 있었지만, 추운 겨울을 지나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등한시 하다보니, 우등생 후반부를 남겨놓고 진도가 나가지 않아서 한동한 핸드폰 게임이나 웹서핑 등으로 무료한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읽기 편한 책으로 다시 책을 읽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집에 책장을 바라보다가 눈에 띈 것이 예전에 중고서점에서 구입한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변신' 이었습니다.



    변신이라는 단어와 표지는 대략적인 책의 내용을 연상케하였습니다. 구체적인 책의 스토리는 알지 못한채 첫페이지를 넘겼을때, 저에게는 좀 신선한 소재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의 발매연도는 1991년도임을 감안하고 생각해본다면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상상력에는 정말 높은 점수를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군요.



    추리소설 변신은 우연히 부동산에서 만난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의 직접적인 주인공인 '나루세 준이치'는 내성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불만이 있어도 모든것을 속에 담아두고 사는 어찌보면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타입의 남자입니다. 하루하루를 불만속에 살아가고 있지만, 또한 만족하고 살아가는 모순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지요. 


    그는, 우연히 방문한 부동산에서 또 한명의 남자와 마주하게 됩니다. 그 남자의 이름은 '교고쿠 슌스케' 입니다. 이 남자는 세상 모든것에 불만과 분노를 품고 사는 남자입니다. 자신의 아버지는 자신과 어머니를 부정하는 성공한 사업가 인데요. 아버지로 부터 버림받은 어머니는 병을 얻고서 수술비가 없어서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그는 어머니의 죽음을 자신의 아버지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아버지를 비롯해서 세상에 분노가 가득차고 맙니다.



    이렇게 성향이 다른 두 남자의 만남은 아쉽게도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준이치는 부동산에 방을 보러 간 손님이었지만, 교고쿠는 부동산에 권총을 들고 침입한 무장강도였기 때문이지요.


    준이치는 부동산에 있던 여자아이를 지키려다가 교고쿠가 쏜 총에 머리를 맞게 되고, 그는 병원에서 뇌이식이라는 수술을 받고 깨어나게 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추리소설 변신은 뇌이식 수술을 받고 난 후의 준이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추리소설과는 조금 다른형태의 소설입니다. 사실, 추리소설이라고 불러야 하는지도 조금은 의문이 드는데요. 특별히 추리하고 말고 할것이 없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뇌이식 수술을 받고 극적으로 생명을 구한 준이치는 퇴원후에 자신이 조금씩 변해가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혼란을 겪게 됩니다.


    자신의 자아, 나루세 준이치라는 사람은 살아있는 것인가? 그것이 나인가? 나는 나루세 준이치가 맞는가? 라는 자아성찰에 혼란을 느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좀 더 소설의 내용을 이야기하자면 그의 머리속에 들어있는 뇌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부분과 그것을 알고난 후의 그의 변화에 대한 부분도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주인공의 행동은 우연이라고 할지라도 자신의 희생을 무릎쓰고 타인의 생명을 구한 영웅적인 행동이었지만, 그의 목숨을 구한 사람들은 그런 영웅을 대접하는 듯한 모습을 표면적으로는 취하고 있지만, 사실 속으로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행동했다는 것이지요.


    세계최초의 뇌이식 수술 성공이라는 타이틀에 집착하는 도와대학과 도겐박사 연구팀, 그리고 그 이면에 숨어있는 미지의 존재들은 자신들의 뇌가 젊어지기 위해서 뇌이식 수술을 지원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부분이 어찌보면 아이러니한 세상사를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변신이라는 책 자체는 심리묘사가 매우 중요한 작품이었습니다. 주인공의 시점으로 쓰여지는 1인칭 시점이기 때문에 독백부분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준이치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 등이 많이 등장합니다. 또한, 뇌이식 수술로 인하여 자신의 자아를 잃어버리고 그 정체를 알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심리묘사가 중요한 작품이었지요.



    저는 이 작품을 읽고나서 그런 심리묘사가 전혀 훌륭하지 않았다고 느꼈습니다. 사회적으로도 점점 고립되어가는 준이치의 모습과 그와 마찬가지로 그의 뇌의 한 부분에서도 준이치의 자아가 점점 고립되고 사라지는 상황과는 다르게 그를 표현하는 심리묘사가 뒷받침 되지 못하다보니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한,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그가 변해가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서였지만, 이벤트가 너무 많았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 중 하나였습니다. 회사에서의 에피소드를 비롯해서 여자친구인 메구미와의 상황, 영화를 보는 장면, 옆집 청년인 우스이와의 변화, 도너를 찾아가는 과정들, 나오코와의 관계, 사가와의 에피소드, 그의 과격한 행동들 등이 너무 많이 나와서 오히려 몰입감을 방해했던 것 같아서 아쉬웠습니다.


    무엇보다 아쉬웠던 부분은 결말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중반부 정도가 지나갈 무렵, '과연 작가는 이 책을 어떻게 마무리 할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생각했던 결말과 일치해버린 것은 둘째치고라도, 너무 뻔한 결말이었다는 것이 많이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장점이라고 하면 특유의 몰입감과 가독성을 꼽을텐데요. 이 부분은 변신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납니다. 특히, 뇌이식 수술이라는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쉽고 간략하게 풀어나가면서 포커싱 자체를 주인공에 맞추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오래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좋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 읽을수록 드러나는 문장력과 구성의 탄탄함의 부재는 진한 아쉬움으로 남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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