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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린의 날개(히가시노 게이고)
    곰탱이의 책이야기/추리소설 2017. 10. 28. 14:27

    오랜만에 읽어본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소설은 여전히 나에게는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기린의 날개는 가가형사시리즈 중 하나로 가장 최근에 발매된 작품인데, 출간 소식을 듣고 바로 구매를 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오늘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기린의 날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기린의 날개는 전작인 신참자와 이어지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네리마 구에서 니혼바시로 자리를 옮기게 된 가가 교이치로 형사의 이야기가 아주 재미나게 펼쳐진다. 기존 신참자는 드라마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다면, 이번 작품인 기린의 날개의 경우에는 영화같은 느낌을 준다. 실제로 일본에서 신참자는 드라마로 제작되었고, 기린의 날개는 신참자 극장판으로 영화로 개봉되었으니 이런 느낌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기린의 날개의 스토리는 한 남자가 칼에 찔린채로 니혼바시 다리 중간에 있는 기린 조각상 앞에서 사망하면서 시작된다. 최초 발견자인 순경은 마치 술에 취한것 처럼 파출소를 지나서 가는 남자를 보게 되는데, 이 남자가 기린 조각상에 기댄채로 있길래, 술에 취해 잠든줄 알고 깨우러 갔다가 남자가 사망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에, 니혼바시서에는 수사본부가 설치되게 되고, 경시청에서 사건의 지휘를 맡게 되는데, 가가와 함께 반가운 얼굴인 마츠미야도 기린의 날개에 등장한다.


    소설 초반부에는 가가의 아버지 3주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마츠미야도 등장함에 따라서, 붉은 손가락에서 처럼 가가와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 비하인드 스토리도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마지막까지 제대로 된 마무리는 지어지지 않아서 안타까웠다. 



    기린의 날개는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부터 너무 재미있다는 느낌을 받았을 정도로 좋은 작품이었다. 신참자에서 받았던 가가의 따스한 느낌과 냉철하면서 날카로운 통찰력이 고스란히 느껴지는데, 속으로는 피해자를 생각하고, 사건의 진실을 쫓는 우리가 바라는 진정한 형사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수사과정에서 보여지는 경찰조직의 실망스런 모습도 고스란히 담겨있었는데, 피의자를 제대로 특정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용의자를 마치 피의자인냥 취급해 버리는 것은 물론이었으며, 억지로 짜맞추고, 사건을 종결시킬려는 그들의 모습에서는 우리가 언론을 통해서 접하는 우리나라 경찰의 모습이 비춰지는 것 같아서 화가기도 하였다. 가장 화가 났던 것은 매스컴의 행태였다. 어떻게든 자극적인 기사로 이목을 끌려는 것에 급급해하는 그들의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들이기에 매우 실망스럽고 화가났었다.


    가가 교이치로 형사는 언제부터인가 사건에 남아있는 조그만 단서를 토대로 아주 그럴싸한 추리를 하는 것을 넘어서서 끝까지 파고드는 집요함을 보이기 시작하는데, 신참자부터는 단순히 사건 해결이 아닌, 사건과 관련된 유가족들까지 헤아리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또한, 자신이 처음으로 오게 된 니혼바시 곳곳을 돌아다니며서 정보를 모으고 각종 에피소드를 해결했던 신참자의 확장판 답게, 피해자의 안경케이스를 보는 것으로 판매점을 찾아내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의 동선을 따라가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단서를 조합하고 그를 토대로 퍼즐을 맞춰나가는 것이 추리소설의 매력이겠지만, 실제 현장에 있는 형사들의 경우에는 끝없이 발품을 팔고 탐문수사를 통해서 아주 조그만 단서라도 수집하기 위해서 노력을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가가형사 시리즈는 그런 형사들의 노고를 여지없이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가가 교이치로 형사는 물론, 소설속 주인공 답게 통찰력도 뛰어나고 추리력도 뛰어난 캐릭터이지만,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집요할 정도의 인내심과 끈기, 그리고 자신의 납득할 만한 해답을 얻을 때까지 수사를 멈추지 않는 다는 것이다. 누구나 다 사건의 피의자를 특정하고 당연시 할때에도 자신이 납득할 만한 증거를 수집할 때까지 수사를 멈추지 않고, 결국 진실에 다다르는 그의 모습은 여러가지를 보여준다.


    기린의 날개는 추리소설의 장르를 분류하자면, 사회파 추리소설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단절된 가족관계, 대화가 점점 사라지는 가족의 풍토를 붉은 손가락과는 다르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노력하고자 하는 젊은 세대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소모품으로 사용하는 기성세대들과 기업들의 행태를 여지없이 보여주기도 한다. 여기에, 위에서 언급한 경찰조직의 안일한 수사방법과 실적만을 중시하는 모습들, 자극적인 기사와 이슈를 만들기에 급급한 매스컴의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결말부분에 이르는 곳에서는 또 하나의 매세지를 담고있겠지만,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기린의 날개는 처음 도입부부터, 중후반부 까지 매우 높은 몰입감과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틈이 날때마다 책을 읽을 정도로 빨리 읽고 싶다고 안달이 났던 작품인데, 가독성 좋기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답게 술술 넘어가는 작품이었다. 



    다만, 읽으면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범인의 정체와 마지막 결말이었다. 훈훈하게 마무리를 하고 싶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좀더 깔끔한 마무리를 원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매우 진하게 남았다.


    책을 읽는 곳곳에 뿌려진 떡밥들을 제대로 회수하지 않고 마무리한 것과, 그렇게 피해자와 용의자의 행적을 추적하고 그들의 사건 직전 행동반경을 추론하던 가가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매우 두리뭉실하게 범인의 행적을 묘사하고 마무리하는 것은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책을 다 읽고나서 덮으면서 시종일관 떠오른 생각이 왜 이렇게 결말을 냈을까? 였다. 또 하나는, 붉은 손가락에서 처럼 마지막에 가가와 아버지의 비하인드 스토리나, 초반에 언급된 3주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그 부분은 마무리는 커녕, 언급조차 안되고 끝이 난다는 것이 매우 큰 아쉬움이었다.


    다음 가가형사 시리즈는 언제쯤 번역이 되어서 출간될 지 모르겠지만, 이번 작품에서 처럼 아쉬움이 남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작품을 너무 좋아해서 하나둘 모으기 시작한 것이 어느덧 42권에 달하는데, 평작 수준에도 이르지 못하는 실망감을 준 작품도 꽤나 많았다는 것이 아쉬운데, 기린의 날개도 후반부에 느낀 실망감 때문에 작가에게 많이 실망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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