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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리뷰] 리카(이가라시 다카하시 장편소설)
    곰탱이의 책이야기/추리소설 2017. 10. 2. 23:35

    오늘은 얼마전에 구매했던 리카라는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알라딘에서 주로 추리소설을 구매하기 때문에, 그쪽 카테고리를 자주 살펴보는 편인데, 리턴이라는 책이 높은 순위에 랭크된 적이 있었다. 이 책은 무엇인가 하고 살펴보니, 전작인 리카라는 작품이 있었고 그것을 계기로 구매하게 된 책이다. 리카는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스릴러 장르의 소설이며, 전개속도가 굉장히 빠른소설이었다.




    올 추석에 황금연휴라 부르는 만큼 긴 연휴인지라 나름 혼자만의 목표를 세운 것이 있다. 그것은 연휴기간 내에 최소한 2권의 책은 읽겠다는 것인데, 갓 오브 하이스쿨이라는 웹툰 원작의 게임을 하냐고 3일을 흘려보내고 말았다. 오늘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전날 읽던 리카를 꺼내들고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외로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는 것이 속도감이 굉장히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가라시 다카하시 작가의 장편소설인 리카는 소설 속 주인공인 리카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소설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인쇄 회사에 다니는 혼마 다카오라는 인물의 1인칭으로 서술되고 있다. 혼마 다카오는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수 있는 중년의 남성으로 그려진다. 매일 매일이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고 그럭저럭 회사에서도 직책도 있는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결혼을 해서 부인과 슬하에 딸 하나가 있는 평범한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혼마 다카오는 매일매일이 똑같은 일상에 다람쥐 챗바퀴 도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되고, 우연히 대학 후배로 부터 알게된 '만남 사이트'를 통해서 얼굴도 모르는 여성과의 메일교환에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조금은 자극적인 일상을 살아가게 되지만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는 아내와 딸아이에게 죄책감을 느끼게되고, 그 즈음에 회사에서는 승진을 하는 즐거움을 맛보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이한다. 보통 승진을 하면서 일에 충실해지거나 가정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게 되는 패턴과는 다르게 더 승진을 하면 일이 바빠서 개인시간이 줄어들게 된다는 생각에 딱 한명의 여자와 실제로 만남을 가지고, 만남사이트 생활을 청산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런 혼마가 고른 여자는 '리카' 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여자였다. 오랜시간 만남사이트를 통해서 메일친구를 사겨온 혼마의 분석에 따르면 그녀는 내성적이고 겁이많으며 남자에게 의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혼마는 리카와 메일을 주고받으며 그녀에게 빠지게 되고, 실제로 만나기로 약속을 잡게 된다. 그런데 그때부터 리카에게서 문제점이 발견되기 시작한다.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고 난 다음부터 그녀는 시도때도 없이 전화를 걸기 시작하고 전화를 받지 않으면 음성메시지를 계속 남기는 등 얼굴도 모르는 자신에게 지독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기에, 혼마는 만나기로 한 당일 약속을 어기고 그녀를 만나러 가지 않는 대신, 휴대전화를 바꾸고 번호도 바꿔버린다. 그로 인하여 리카라는 여자와의 연결고리가 완전히 끊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본다면 소설 '리카'는 특별히 재미있는 소설이라고 보기는 힘들것이다. 하지만, 딱 이 부분 이후부터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한다. 리카와의 연결고리가 끊어졌다고 생각한 혼마에게 느닷없이 나타나는 리카의 그림자, 시종일관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고 생각되고, 알려주지 않은 바뀐 휴대전화로 전화가 걸려오고 집주소를 알아내고 그녀의 딸아이를 알아내는 등 일상생활을 침해하기 시작한다. 이 부분 부터 작가는 마치 자신이 혼마인냥 아주 그럴싸한 심리묘사를 써내려간다. 보는 이로 하여금 화자와 하나가 되어서 감정이입을 느끼게 만들고 혼마가 느끼는 공포심을 그대로 느끼도록 만든다.


    결국 공포심을 이기지 못한 혼마는 경찰서를 찾지만 해결책은 커녕 비웃음만 당한채 돌아오게 되고, 대학시절 친구였던 하라다를 찾아가게 된다. 하라다는 예전에는 경찰이었다가 현재는 경찰을 그만두고 탐정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었기에 이 일을 의논하고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다고 굳게 믿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를 택한 것은 혼마는 이 일로 인하여 자신의 가정과 일자리를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혼마가 리카일로 인하여 극심한 공포심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그는 가정을 가지고 있었으며, 회사에서도 인정받는 직원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잃을 수 없다는 압박감때문에 경찰에 도움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알려지면 안된다는 강박감은 그에게 공포심으로 다가왔고, 시시각각 다가오는 리카의 그림자는 이 세상에서 그 만이 알 수 있는 공포의 존재였다.



    리카의 재미요소 첫번째는 리카에 대한 묘사이다. 170정도 되는 큰 키에 삐쩍마른 몸을 가지고 있으며, 흙빛의 피부색과 움푹 페인 눈동자는 흰자가 보이지 않는 검은 빛을 띄고 있고, 입냄새와 몸에서 나는 악취는 숨을 턱턱 막을 정도였다라고 나온다. 거기에 입김이 나올 정도의 추위에도 하얀색 원피스를 입고 다니는 여인의 모습은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한많은 여인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실체감을 가지고 있는 공포의 형상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리카라는 존재가 주는 압박감은 그대로 독자에게 전달되어서 한편의 호러소설을 읽는 느낌마저도 주었다.


    두번째는 위에도 언급했듯이 혼마가 느끼는 공포심이다. 1인칭으로 서술되어있기 때문에 전달력이 좀 더 좋았다고 볼 수 있는데 혼마가 처음 만남사이트에 접속하고, 리카와 메일을 주고 받는 모습부터 그녀의 집착이 시작되고서 느끼는 불쾌감, 나아가서는 일상생활에서 자신을 옥죄어 오는 리카에 그림자에 느끼는 공포감이 그대로 전달되고 무엇보다 굉장히 빠른 속도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술술술 넘어가는 페이지에 읽는 재미가 참 좋았던 것 같다.


    세번째는 리카를 통해서 보여주고 싶어한 '악' 이라는 것이다. 악의 근원, 순수한 악이라고 그려지는 리카의 모습에서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던 여성 사이코패스 범죄자인 '엄여인'의 모습도 보이고, 신의퀴즈에서 등장했던 사이코패스 엄마도 보이는 등 다양한 느낌을 주었는데, 보통 이런 작품, 특히 스토킹과 사이코패스 범죄를 주제로 한 작품들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여자가 범인인 점은 신선함을 주었다. 무엇보다 리카가 느끼는 지독한 소유욕과 집착, 여기에 망상까지 더해져서 굉장한 사이코패스 범죄자로 그려지는데, 그 뒤에 숨겨진 너무도 강한 적의, 증오심, 살의는 작가가 표현하고 한 악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어쩌면, 작가는 이런 무서운 여자를 사실은 피해자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작품속에서 작가는 하라다를 통해서 2가지 의미심장한 말을 전하고 있다. 그 부분을 서술해보면 이렇다.


    "인간의 마음속에는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어둠 같은게 있어. 평범하게 살아가면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해. ...어느 날 사소한 계기로 어둠이 뚜렷한 형태를 이루는 일이 있어. 그런 일은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지. 그런데 어둠이 점점 커져서 마음을 완전히 뒤 덮는 순간... 그 사람 자체가 어둠이 되어 버리는 거야."


    위에 대목을 읽으면서 나는 작가가 리카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악의 근원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마음속에는 악을 품고 살지만, 사소한 계기를 통해서 그 악 자체가 되어버리는 악마로 변해버린다고, 문제는 사소한 계기란 것이 무엇일까? 아마도 그건 혼마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남자가 아닐까?




    역설적으로 지독한 살인마로 그려지는 리카가 피해자라고 생각해보면, 그녀를 그렇게 만든 것이 남자라고 해석해 볼 수도 있다. 자신이 가장 힘든시기에 사귀던 남자에게 배신당하고, 마음을 주었던 남자는 알고보니 자신에게서 돈을 갈취하려고 했던 무뢰배였을 뿐이고, 이처럼 계속되는 고통속에서 피해망상을 느끼게 되고, 사람을 믿지 못하고 기피하지만, 마음 속 한구석에서는 외로움을 느끼는 여자.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머리속에서 지독한 망상을 만들고 그 망상속에서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르게 된다. 그릇된 사랑은 그릇된 소유욕과 집착을 만들게 되고, 결국 그녀를 지독한 살인마로 만들었던 것은 아닐까?


    "인터넷이 어떤 곳인지 알아?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아느냔 말이야? 요즘엔 누구나 인터넷, 인터넷 노래를 부르지만 그게 악마의 소굴이란 걸 왜 모르는 거지?"


    리카에게 인터넷은 범행대상을 물색하는 장소가 아닌, 자신의 마음 속 깊숙한 곳에 있는 외로움과 고독함을 달래줄 수 있는 곳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혼마는 자신이 알던 다른 남자들과 같았기 때문에 그녀의 마음속에 있는 어둠이 마음을 완전히 뒤 덮는 계기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만약, 혼마가 그녀를 만나서 노는 유희대상이 아닌, 마음으로 보듬을 수 있는 존재로 생각했다면 리카는 악마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현대의 SNS로 인한 폐해가 2002년 일본에서 발표된 이 소설에서는 이미 예견된 것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인 것일까 라고 혼자만의 사색에 잠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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