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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리뷰] 옛날에 내가 죽은 집 (히가시노 게이고)
    곰탱이의 책이야기/추리소설 2017. 9. 30. 00:28

    오랫만에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작품이었다. 한동안 스티븐 킹 단편집을 읽냐고 시간을 할애하고 바쁜 일상속에서 책을 읽지 않는 날도 존재하다 보니, 이번 달은 많은 책을 읽지 못한 달이었다. 또한, 블로그에 지치는 일명 블테기를 겪고 가을이라 그런지 무기력함과 일교차로 인한 피로감은 심신을 지치게 했던 것 같다. 나름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쓰면서 내 몸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달은 그런게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게 했던 것 같다. 추석 연휴가 오기 전에 읽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읽은 '옛날에 내가 죽은 집'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숨겨진 수작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에 내가 죽은 집은 우리나라에는 2008년에 번역되어 출간되었지만, 일본에서는 1997년에 발간된 책이다. 요즘에 와서 읽어보면 기존의 알고있던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와는 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에 '같은 작가가 맞는 건가?' 라는 의구심이 들게 하기도 한다. 출근길과 퇴근길에 틈틈히 읽었던 책을 2일 정도만에 읽었으니,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가독성과 흡입력은 역시 좋은 작품이었다. 그럼 지금부터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추리소설 '옛날에 내가 죽은 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자.


    이 작품은 주인공인 '나'의 시점에서 쓰여진 1인칭 시점의 소설이다. 프롤로그에서는 '나'에 과거 이야기와 '나'가 어린시절을 보냈던 집이 철거된다는 이야기를 가지고 시작하는데, 그로부터 2년 전의 이야기가 소설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무대이다.


    우연히 받은 전화 한통은 7년 전 학창시절에 사귀었던 전 여자친구인 '사야카' 로 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그녀는 일방적인 이별통보를 하고 현재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살고있는 유부녀였지만, '나'의 마음 한구석에는 그녀에 대한 그리움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간곡히 부탁할 일이 있다고 하면서 만나길 청하였고, 고민끝에 그녀를 만나기로 결정한다. 그녀와 만나기로 약속하고 마음속에는 혹시나? 하는 마음이 숨어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녀를 만나고 그녀가 부탁을 한 것은 조금은 뜻밖에 이야기였다. 나와 함께 어딘가로 가주길 원하였는데, 이야기를 풀어보자면 그녀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녀의 아버지의 낚시가방에서 발견한 한 열쇠와 지도 한장이 있는데, 그 지도에 있는 장소를 같이 방문해달라는 것 이었다.

    사실, 그녀는 자신의 어린시절에 대한 기억이 전무하기 때문에 혹시나 자신에게 봉인된 어린시절의 기억을 찾을 수 있는 장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함께 가달라는 것이었고, 속사정은 자세히 밝힐 수 없지만, 나 말고는 부탁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고민끝에 결국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결정하고, 그녀와 함께 그곳을 방문하기로 결정한다.




    옛날에 내가 죽은 집은 조금은 독특한 설정을 가지고 있다. 먼저, 주인공과 등장인물을 통틀어서 2명이라는 설정은 꽤나 신선한 설정인 것 같다. 1인칭 화자인 '나'와 함께 이야기의 중심에 서있는 '사야카'가 전부이기 때문에 오히려 등장인물들에 대해서 골똘히 생각할 부분이 없었던 부분은 좋았던 것 같다. 두번째는 한정된 공간인 '집'이다. 이 소설속에서 집은 여러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등장하는데, 이 한정된 공간이라는 설정때문에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묻어나오면서 읽는 내내 스산한 분위기와 함께 몰입감을 높여주었다.


    지도상에 위치한 집에 도착한 '나'와 '사야카'는 집에 출입하는 독특한 시스템이 첫번째로 당황하게 된다. 지하실을 통해서 집안으로 들어가는 통로는 마치 모험이나 탐험을 컨셉으로 한 소설이나 영화가 아닐까 하는 느낌을 준다. 지독하게 어두운 집안의 분위기, 손전등 불빛에 의지하며 들어간 집은 기괴하게도 전기가 일체 들어오지 않고, 전기는 커녕, 수도도 가스도 없는 집이었다. 거기다가 시계는 11시 10분에 다 멈춰있었으며,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채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이 한정된 공간에서 '나'와 '사야카'는 집안 곳곳에 흩어진 단서를 토대로 이 집에 살던 사람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추리해나가기 시작한다. 결정적인 것은 이 집에 살았던 초등학교 6학년 생으로 추정되는 '유스케'의 일기장이었다. 이 일기장을 토대로 이 집안에 살았던 가족들을 추리하고 그들이 살았던 모습과 그들의 마지막까지 되짚어나간다. 


    이 소설이 재미있었던 것은, 첫번째는 어두운 집안의 모습과 멈춰버린 시간,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공간이 주는 미스테리함이다. 추리소설이 아니라 한편의 호러소설 같은 느낌의 섬뜩함과 오싹함이 매우 잘 어우러져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두번째는 2명의 등장인물이 풀어나가는 이야기의 진행이었다. 



    '유스케'의 일기장을 토대로 멈춰버리고 흑백사진 같은 집에 컬라가 입혀지듯이 등장인물들은 과거속에서 살아움직이는데, 영화나 드라마에서 간혹 사용되는 기법중에서 주인공은 멈춰서서 시간이 멈춰버린 공간에서 당시에 살았던 인물들의 모습을 회상하는 기법이 소설속에 잘 녹아있었다. 일기장을 토대로 '나'와 '사야카'의 눈에는 당시 등장인물들이 살아움직이고 있었고 그것은 그대로 독자의 머리속에 한편의 드라마를 보여준다. 


    세번째는 '나'의 과거와 '사야카'의 잃어버린 기억이다. 둘은 매우 닮은 점이 많았다는 복선이 존재하는데, 이를 풀어나가는 것이 최종적으로 소설의 결말에 이르게 된다. 어린시절에 아픔을 가지고 있는 나와 봉인된 기억속에서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야카는 다르지만 비슷한 삶을 살아왔다. 그리고 결국 이들의 삶은 제목에서 처럼 '옛날에 내가 죽은 집'과 이어지게 된다. 


    네번째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톱니바퀴가 멈춰버린 곳에서 톱니바퀴를 다시 돌리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추리방식이다. 본격추리소설이라는 장르를 놓고본다면 분명 훌륭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옛날에 내가 죽은 집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매력이 존재한다. 이는 내가 이작품을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작품중에서도 수작이라고 평가하는 이유가 된다. 여기에 사회파 추리소설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메세지를 부여함으로써, 작가는 두마리의 토끼를 다 잡고싶었을 것이다. 


    본격추리소설 이라는 장르와 마찬가지로 사회파 추리소설이라는 하나의 장르만 놓고 보자면 이 작품이 훌륭한 작품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이 두가지가 절묘하게 믹스되면서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 특유의 추리소설이 만들어졌다. 본격추리소설의 재미와 사회파 추리소설의 메세지를 함께 담음으로써, 오히려 훨씬 더 좋은 작품이 되었던 것 같다. 이런 방식이 아쉬웠던 작품들도 존재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만족도가 높았었다.


    마지막으로 다섯번째는 '집' 이라는 한정된 공간이 주는 상징성이다. 인간에게 집은 태어난곳, 살아가는 곳, 살아갈 곳이라는 주거공간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집은 단순한 주거공간을 넘어서서 사회적인 위치, 부, 괴시, 재테크, 등등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여기에 또 하나의 의미를 부여한다. 그것은 인간의 내면의 깊은곳에 자리잡고 있는 기억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나만의 비밀 공간, 그곳을 찾아가는 것은 지하실의 문을 열고,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손전등 하나에 의지해서 가야할 만큼 두려움을 가지져야 한다. 그렇지만, 한발짝 내딛어서 그곳을 찾아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작가는 말한다. 과연 우리는 모두 '옛날에 내가 죽은 집'을 찾을 수 있을까? 


    - 어쩌면 나 역시 낡은 그 집에 죽어 있는 건 아닐까. 어린 시절에 죽은 내가, 그 집에서 줄곧 내가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누구에게나 '옛날에 자신이 죽은 집'이 존재하지 않을까. 그러나 그곳에 누워 있을 게 분명한 자신의 사체를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모른 척하는 것일 뿐. p 320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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