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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상가족놀이(R.P.G) , 미야베미유키 인터넷이라는 또 다른 세상에 대해서 생각해볼때.
    곰탱이의 책이야기/추리소설 2017. 3. 7. 13:30

    미야베 미유키 작가의 가상가족놀이라는 작품이 있다. 2011년도에 나온 R.P.G라는 소설의 개정판으로 올해 다시 발간이 되었는데, 기존작품을 읽어보지 않아서 이번에 구매하게 되었다. 일본의 대표적인 사회파 작가로 히가시노게이고 작가와 함께 거론되는 작가이며, 일본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도 굉장히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사회파작가 답게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 본 포스팅은 개인적인 생각과 해석,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가상가족놀이는 읽고 난 다음에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했던 작품인 것 같다. 여운이 남는 소설은 그대로의 매력이 있다. 책이나 영화를 보고 나서 작품을 만든 작가나 감독의 생각을 유추하는 작업은 굉장히 즐거운 재미를 준다. 그런 면에서 미야베 미유키 작가의 가상가족놀이는 참 재미있는 작품인 것 같다.

     

     

     

    ▶ 가상가족놀이 줄거리 

     

    가상가족놀이의 줄거리는 노래방 아르바이트 생인 한 여대생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시간차를 두고 중년의 회사원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데, 아무런 연관도 없을 것 같은 개별적이 사건이 피해자 둘 사이에 연결고리가 생기면서 연쇄살인사건으로 변하게 된다. 각각의 사건의 데스크 담당인 나카모토와 다케가미는 서로 의견을 교환하며 사건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나카모토의 가설로 수사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고, 가설을 내새운 나카모토가 지병으로 갑작스럽게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다케가미가 취조를 하면서 사건을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피해자인 중년 회사원은 부인과 딸이 있었는데, 그의 사생활을 조사해봤더니, 그는 인터넷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아버지' 역활을 하면서 가상가족놀이를 하고 있었다.

     

     

     

    ▶ 초반은 다소 지루한편. 초중반 이후에 몰입감은 최고.

     

    소설의 초반부는 사실 몰입도가 떨어지는 편이었다. 취조를 시작하기 전 상황에서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하듯이 사건에 대한 설명이 나오고, 나카모토의 이야기가 등장하면서 서술적인 형태의 전개방식이 다소 지루함을 안겨주었다. 기본적으로 사건의 전반적인 내용을 서술하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취조하는 장면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이 부분부터의 몰입감은 단연코 최고였다고 생각한다.

     

    50페이지를 읽고 덮었던 책을 다시 펼쳤다가 덮었을때는 작자후기였으니, 순식간에 읽어버린 것 같다. 2011년도의 나온 책의 개정판이라고 하는데 본래 책이 쓰여진 시점은 그보다 훨씬 전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막 인터넷이 보급이 되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다룬 듯한 느낌이 들었었다.

     

     

     

    ▶ 충분히 공감할 만한 이야기, 이야기의 포커싱은 어디에?

     

    소설 속 이야기는 인터넷이 발달하고, SNS가 보편화가 되가는 요즘에 읽어도 공감이 갈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초점이 가상가족놀이에 몰두한 가장이 자신의 가족은 내팽개쳐두고, 밖에서는 자상한 아버지, 다정다감한 남편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에 맞추고 있다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보다 중요한 대화가 사라지고 고독한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에 포커싱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버지 역활을 했던 '도코로다 료스케'는 바람기가 있었던 사람이라는 전제가 붙을지 모르지만, '가즈미' , '미노루' , '엄마' 의 캐릭터들은 각자의 이유로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가상가족놀이 동참한 이유를 말하고 있는데, 이것이 본질이 아닐까 생각한다. SNS의 장점은 현실에 지친 몸과 마음을 그 곳에서는 마음껏 위로받을 수 있다는 것 일 것이다. 물론, 악플같은 단점도 존재하지만 말이다. 현실에서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힘든 사람도 온라인에서는 자신의 의견을 마음껏 피력한다. 익명성이 보장된 다는 것은 본인에게 돌아오는 비난이나 화살이 없다라는 것과 같으니깐 자신감을 샘솟게 한다. 대화를 하는 도중에 나의 의견에 반박하는 이와 마주하지 않아도 되니깐 그런 것이 아닐까? 또한, 익명성 뒤에 존재하는 진실된 모습은 온라인 상에서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현실에서는 부인을 때리는 남편도 온라인에서는 자상한 남편의 모습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온라인에서의 삶을 만드는 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먹지도 않는 음식을 SNS에서 올릴 사진을 위해서 주문하고, 요리한다. 누군가는 현실에서는 라면만 먹어도, 온라인에서는 비싼 외제차를 타는 성공한 사람으로 포장이 된다. 이처럼 SNS는 현실과는 다른 마치 판타지같은 삶을 선사한다. 그것이 주는 위험함은 달콤한 열매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미야베 미유키 작가의 가상가족놀이는 이런 SNS의 두얼굴을 적나라하면서도 극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위험함이 주는 것이 살인사건으로 변하게 되고, 달콤한 열매는 그 순간 만큼은 그들에게 행복감을 주었으니 말이다. 

     

     

     

    ▶ 전개속도는 빠른 편, 취조과정과 심리묘사도 좋았다.

     

    소설의 전개는 취조실에 들어서는 장면부터 굉장히 빠른속도로 전개가 된다. 목격자(?)로 판단이 되는 료스케의 진짜 딸 '가즈미'의 입회하에 가상가족놀이의 역활들을 차례로 심문하면서 그대로 결론까지 직행하는 방식이다. 중간중간 가즈미의 심리상태 변화에 대한 묘사. 그녀를 보듬어주는 치카코 , 침착하면서도 담백하게 가짜 딸과 아들 , 엄마를 취조를 진행하는 '다케가미' 의 모습까지 마치 드라마속의 취조장면을 보는 듯한 몰입감은 정말 좋았던 것 같다. 중간중간 문자메시지 부분도 좋은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취조가 진행될 수록 꼬이고 꼬인 실타레를 풀 수 없어서 끊어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었다. 료스케에게는 연민의 감정을 절대 느낄 수 없었다. 어느순간 부터 멀어진 가족간의 관계는 무언의 벽이 자리잡고 있는데, 그 벽은 부수기가 굉장히 어려웠을 것이다. 그것을 부순다는 것은 굉장히 힘들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소설상 그들은 그것을 부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단지, 피하려고 했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 것이라고 믿었다. 가장의 역활을 하는 료스케는 그렇게 멀어진 가족간의 관계를 가상의 공간에서 다른 이들에게 찾고 있었다. 세상 모든일이 피하기만 하면 해결되지 않는 것임에도 그는 그 간단한 이치를 깨닫지 못했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가상의 가족보단 현실의 가족이 중요했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차라리 가상의 가족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 예측가능한 2가지 반전은 다소 아쉬웠다.

     

    책의 뒷면에 예측 불가의 이중반전이라고 쓰여있어서 많은 기대를 했는데 이 부분은 참 아쉬움이 컸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쉽게 알아차렸을 진범의 정체와 가상가족놀이의 구성원들이 이중반전이었기에, 진범을 보자마자 알아차렸다는 것이 재미를 반감시켰던 것 같다. 또한, 구성원의 위화감을 느꼈을때 두번째 반전마저 없었던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결말 부분에 다다르면서 작자후기 페이지가 내용인지 알고 두번째 반전은 언제나오나 하는 기대감을 가졌는데, 덮고나서야 그게 반전이라고 깨달아서 너무 허무했었다.

     

    몰입감과 가독성은 참 좋았던 소설이고, 수사를 전개하는 방식도 초반에 서술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매끄럽고 좋았다. 소설속 캐릭터들의 심리상태의 변화, 취조 하는 과정도 참 좋았다. 반전의 경우에는 아쉬웠지만, 그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참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이 리뷰를 읽은 사람들이 오늘 하루는 내 옆에있는 소중한 가족에게 진심어린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낼 수 있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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