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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년의 밤 , 정유정작가의 한국형 스릴러
    곰탱이의 책이야기/국내소설 2017. 3. 1. 22:37

     

    내가 7년의 밤이라는 이름을 들은 것은 비밀독서단 프로그램을 시청하던 중이었다. 워낙 스릴러, 미스터리, 추리 장르를 좋아하는 터라, 당시 책 소개에서 1위로 소개되는 7년의 밤에 대해서 유심히 보고 있었다. 며칠 후에 지금은 없어진 T프리미엄 어플에 60일 대여 이북으로 7년의 밤이 등장했다. 60일이라는 기간동안 절반도 읽지 못했다.

    오늘은 그 후 알라딘에서 구매하게 된 7년의 밤을 읽으면서 느낀점을 적어보고자 한다.

     

     

     

    솔직히 나한테는 빠른속도로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디테일한 묘사와 심리적 묘사가 좋은 것은 분명하지만, 그게 모든 독자들에게 좋게 다가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읽는 내내 '아 , 나하고는 잘 안맞는 책이구나' 라는 느낌이었다.

    작가의 말까지 하면 523p 라는 꽤나 두꺼운 페이지 수를 자랑하는 책인 만큼, 1주일 정도를 읽었던 것 같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는 처음 책을 펼칠때와는 달리, 정유정 작가의 또 다른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느낌을 줄 만큼 만족스러웠다.

     

    ▶한국형 스릴러의 완성, 낯설지 않은 현수의 모습

     

    정유정 작가의 한국형 스릴러 장편소설 7년의 밤은 , 세령호에서 일어난 7년전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어린시절 부터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 지독히 가난했던 집, 야구가 하고 싶었던 소년, 현수는 야구선수의 꿈을 이루지만, 심리적 압박감으로 인한 '용팔이'를 왼팔에 가지고 있었으며, 중요한 순간마다 경기를 망치는 원흉이었다. 그렇게 2군을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은퇴를 하게 된 현수는 야구를 위해 살아왔지만, 이제는 아들 서원을 위해 살아가는 한 집안의 가장이었다. 우연히 마시게 된 술로 술독에 빠져사는 인생, 어린시절 그렇게 미워하던 최상사가 되어가는 현수의 모습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 무엇하나 특별하지 않은 인생. 겉모습은 어떨지 몰라도 속은 나약하고, 여린 모습을 하고 있는 현수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니었을까?

     

     

     

    평범하면서도 지지리 복도 없는 사람이 아버지였기 때문일까, 아들 서원 또한, 비극적인 스토리의 주인공이었다. 누구보다 아버지를 존경하던 서원이었지만, 7년전 그 사건은 서원을 세상과 멀어지게 하였고, 아버지를 증오하게 만들었다.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낙인이 찍혀버린 서원에게 이 세상 어디에도 마음둘 곳은 단 한군데도 존재하지 않았다. 언제나 자신의 룸메이트 아저씨인, 승환과 함께 세상을 떠돌아 다닐 수 밖에 없었다. 엄마의 친척들은 엄마가 악착같이 모았던 재산에만 관심이 있었지, 어린 서원의 거취와 살인마의 아들인 서원에게는 손톱만큼의 연민의 감정도, 관심도 없었던 것이다.

     

    단 한순간의 실수, 그리고 그 실수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댓가로 한 남자는 감옥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가정은 풍비박산이 나버리고, 엄마는 죽음을 맞이하고, 아들은 살인마의 아들이 되어버린 채 떠돌이 인생을 살아가게 되는 이 비극적인 이야기가 소설 7년의 밤의 스토리이다.

     

     

     

    ▶ 비슷하지만, 다른 스티븐 킹.

     

    7년의 밤을 읽으면서 느낀 점의 첫번째는 '스티븐 킹' 작가였다. 여자친구는 스티븐 킹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집에 스티븐 킹 작가의 소설책만 21권 정도가 있다. 내가 제대로 본 책은 '캐리'와 '유혹하는 글쓰기' 밖에 없어서 인지 모르겠지만, 캐리와 참 유사하게 다가왔다.

    디테일한 묘사, 스토리만 놓고보자면 복잡하지 않지만, 그걸 500페이지가 넘는 이야기로 풀어내는 재주 또한, 스티븐 킹 작가와 참 많이 닮아있었다.

     

    7년의 밤은 서원의 시점에서, 소설속 세령호로 , 그 속에서 현수, 영재, 승환, 은주 라는 다채로운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다시 현재의 서원으로, 다시 소설속 세령호로 시점을 여러번 변화시킨다. 이 부분이 독자를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 속 세령호로 끌어들이는 것인데,

    이런 느낌에서도 나는 스티븐 킹 작가를 엿보았던 것 같다.

     

    정유정 작가는 참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7년의 밤 속에서 사용한 단어들, 만들어낸 문장을 본 다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굉장히 풍성한 단어로 만들어내는 문장이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만들어내는 것이고, 무엇보다 심리묘사가 워낙 뛰어났기에, 현수가 죄책감을 느낄때, 영재가 분노할때, 은주의 고생이 고스란히 나에게 와닿았던 것 같다.

     

    ▶ 살아있는 캐릭터, 그리고 인간의 본성에 대한 고찰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도 굉장히 좋았다, 우유부단하면서 소심한 현수의 캐릭터, 머리좋고, 엘리트의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소위 인성이 쓰레기인 영재같은 악역 캐릭터, 억척스러운 대한민국 아줌마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은주, 그리고 그들 사이에 연결고리 인, 아들 서원.

    이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관찰하는 승환까지 둘러보면 어디에라도 한명쯤은 있을것 같은 캐릭터가 억지스럽지 않았기에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만들어졌던 것 같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고찰이라는 것은 참으로 힘든 작업일 것이다. 내가 만약에 현수처럼,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상태에서 음주운전을 하며 사고를 냈다면, 나는 과연 그 아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소심한 아저씨는 결국 자신도 모르게 '아빠' 라는 소리에 반응해서 그 어린 소녀의 입을 막고 목을 분질러서 죽여버렸으며, 결국 취수탑 다리에서 호수로 던져버리며 매장이라는 방법을 택한다. 뒤를 생각하지 않은 행동 이라고 해야할까? 사람이 당황하면 자신도 모르게 무슨일을 저지를지도 모른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행동을 하는 것이 현수라는 캐릭터였던 것 같다. 결국 자신이 저지른 일로 인하여 감내하게 될 수많은 일들, 그 중에서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낙인이 자신의 아들인 서원에게 찍히는 것에 대해서 가장 미안해하던 아빠. 모든 것을 혼자 짊어지고 가려했지만, 표독스럽고 영악한 영재는 그런 현수를 놔주지 않았다. 이야기 속의 시간을 놓고 본다면 대부분이 세령호에서 일어난 2주간을 서술하고 있지만,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영재, 은주, 현수 나아가 승환과 서원까지 그들의 인생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가 캐릭터가 되는 몰입감이 주는 재미.

     

    읽는 내내, 때로는 현수가 되어 두려움에 떨기도 하고, 때로는 승환이 되어 팀장에게 진실을 물어봐야 하나 고민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은주가 되어, 멍청한 남편을 욕하기도 하고, 때로는 영재가 되어 뒤에서 한껏 욕도 해보는 것이 참 재미이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시작부터 사건의 내용과 범인등이 전부다 공개된 채로 시작하기 때문에 대체 이 두꺼운 책을 어떻게 채운것일까 참 궁금해했는데, 다 읽고 마지막에 책을 덮는 순간에 느낌은 '참 재미있었다' 였다. 특유의 이야기 진행방식과 심리적 묘사 방식, 이런 류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 에게는 참 재미있을 만한 소설이다. 내가 처음에 7년의 밤을 읽으면서 나와는 맞지 않는 책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 주로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같이 직설적이고, 때로는 간단하게 서술하면서 독자의 상상력에 모든것을 맡겨버리는 타입의 글을 좋아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정유정 작가의 글은 이와는 반대로 글을 읽으면 피부로 느끼게 하는 매력이 있었던 것 같다. 잠수하는 장면에서는 나도 물속에 있는 것 같고, 산소통이 비어버렸을때는 나도 숨을 쉬기 힘든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주는 작가는 흔하지 않고, 재미없는 글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그걸 다 읽고나서야 깨닫고 말았다.

     

    7년의 밤으로 인하여, 아마도 나는 또 다시 정유정 작가의 책을 구매할 것이다. 그녀는 그런 힘을 가지고 있는 작가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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